1호 개그맨 전유성 추모

2025년 9월 28일, 한국 코미디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1호 개그맨' 전유성 님의 발인이 엄수되어 많은 후배 희극인들과 대중들이 슬픔 속에서 고인을 배웅했습니다. 평생을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도전으로 한국 코미디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던 그의 삶과 업적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유머를 넘어선 통찰력으로 시대를 앞서나갔던 고(故) 전유성 님의 빛나는 발자취와 그가 남긴 의미를 자세히 정리해봤습니다.

 

많은 후배들의 배웅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존경받는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故 전유성: 개그맨 1호가 된 시대의 선구자

전유성 님은 단순히 방송에 출연하는 희극인을 넘어,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그를 상징하는 '개그맨(gagman)'이라는 단어의 창시자이자 대중화에 기여한 주역이라는 사실은 그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부분입니다.

'개그맨'이라는 호칭의 탄생 배경

• 방송작가로 연예계 입문: 전유성 님은 서라벌예술대학 졸업 후 정극 배우를 지망했지만, 당시 최고 MC 겸 코미디언이었던 곽규석(후라이보이) 님의 방송이나 공연 원고를 써주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코미디 작가로 먼저 발을 디딘 셈입니다.
• 새로운 세대의 호칭 필요성: 1920~1940년대 태생의 '악극단 출신' 코미디언들이 활약하던 시절, 1950년대 전후에 태어난 새로운 스타일의 코미디를 지향하는 희극인들에게 전문성을 담은 새로운 호칭이 필요했습니다. 전유성 님은 이들을 부를 때 대한민국 최초로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심지어 PC통신 시절 그의 아이디도 'gagman1'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희극인의 위상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시대를 바꾼 코미디의 '아이디어 뱅크' 업적

고인은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을 웃겼을 뿐만 아니라, 코미디의 판(게임 체인저) 자체를 바꾸어 놓은 인물입니다.

대표적인 방송 활동 및 창시자 역할

•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 개척: 전유성 님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창시자라는 점입니다. 대학로 소극장 개그를 방송으로 끌어와 2000년대 방송계에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가져왔습니다.
• 주요 출연 프로그램: 그는 TBC 《살짜기 웃어예》, KBS2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쟈키》, MBC 《청춘행진곡》 등 수많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 N잡러의 원조: 코미디언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공연기획자, 카피라이터, 작가,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오가며 재능을 발휘한, 요즘 말로 'N잡러'의 원조 격이었습니다.

 

코미디계의 스승이자 후배들의 은인

• 후배 양성 및 지원: 그는 방송 활동을 거의 쉬고 있는 최근까지도 후배 개그맨들의 방송을 꼼꼼하게 챙겨보며 아이디어 조언과 코너의 틀을 잡아주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했습니다.
• 신인 발굴: 70년대 젊은 시절부터 이문세, 주병진 등을 발굴했으며, 심지어 가수 김현식에게 가수로 나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세호, 김신영 등을 제자로 키워냈고, 배우 한채영을 데뷔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 지역 문화 기여: 경북 청도에 철가방 극장을 짓고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초복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개나소나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기발하고 따뜻한 기획을 선보였습니다.

 

 

영원한 이별: 사망 배경과 원인

코미디계의 큰 별인 전유성 님은 향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폐기흉 악화로 별세

• 사망 일시 및 원인: 고인은 2025년 9월 25일 오후 9시 5분경, 폐기흉 증세가 악화하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투병 및 임종: 사망 당시 전북 전주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딸을 비롯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임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폐기흉 설명: 폐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기거나 손상되어 공기가 흉강(가슴막 안 공간)으로 새어 들어가 폐가 수축되는 질환입니다. 공기가 차면 폐가 눌려 호흡곤란과 흉통을 일으키며, 고령층의 경우 노화로 폐가 약해져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고인은 사망 전 급성 폐렴, 부정맥, 코로나19 등도 앓았으며 건강이 위독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장례: 고인의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졌으며, 9월 28일 영결식 후 생전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노제가 진행되었습니다.

 

마무리 글

故 전유성 님은 '개그맨'이라는 새로운 전문 용어를 탄생시키고, 《개그콘서트》를 통해 공개 코미디의 시대를 열어젖힌 한국 코미디 역사의 산증인이자, 끝없는 아이디어로 후배들을 이끌었던 따뜻한 스승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코미디언의 영역을 확장하고, 진정한 창의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하늘의 유성으로 빛나고 있을 고인의 명복을 빌며, 후배 희극인들은 그가 남긴 "웃기면 다 개그다"라는 열린 정신과,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고인이 남긴 유쾌한 유산을 기억하고, 그의 업적을 오래도록 기릴 것입니다.